밴쿠버 요식업 생존기: 고수(Kosoo) 랍슨점이 24시간 오픈을 결심한 이유 (Part.1)
2025년 5월, 변화의 시작
각지점 점장님들이 참석한 운영진 회의에서 무거운 정적이 흘렀습니다.
고수(Kosoo)의 파운더이자 마스터 쉐프, 그리고 저의 남편인 쉐프 한(Chef Han)이 폭탄선언을 했기 때문이죠.
"랍슨점을 24시간 오픈합시다"
점장님들 사이에서는 놀라움과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습니다.
"인원도 없는데 .", "새벽에 문을 연다고 손님이 올까요?"
지난 해부터 농담 반 진담 식으로 운영진 미팅이 있을 때 간간히 던졌던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날 미팅에서 어떤 결론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24시간을 운영하기에는 인원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고,가게 문을 열어 둔다고 해 손님이 올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랍슨지점은 4월달 들어서면서부터 매출이 조금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다운타운 지역에서는 잘되는 레스토랑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바쁜 곳이기도 합니다.
고수 (Kosoo) 랍슨점 전경사실 2025년 1분기까지는 2024년 동기 대비 10% 이상 매출이 증가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실효와 맞물려, 4월부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간의 하락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이 현상이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인한 장기적 경기침제로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단기적 충격으로 인한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끝날 것인지 한발 물러서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당장 가게가 흔들릴 정도의 폭락은 아니었습니다. 2025년 4월부터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0% 정도 빠지는 수준이었죠. 하지만 우리는 이 수치를 '강력한 위험 신호(Red Flag)'로 받아들였습니다.
한번 하락세가 시작되고 그것이 굳어지기 시작하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려내는데는 처음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보다 두 배 이상의 에너지가 든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쉐프 한의 24시간 운영을 통한 '새벽 시간 선점'이라는 비전 앞에서도, 불확실성으로 인한 낮은 호응과 인력부족 등의 현실적 벽에 부딪혀 운영에 즉각적으로 반영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2025년 10월,소비심리 침체와 비수기가 찿아오며 모두가 위축됐던 그 시기에 고수(Kosoo)는 왜 24시간 오픈을 전격적으로 실행했을까요?
데이터가 말해주는 경고 - 2025년의 위기
선택의 이유를 말하기 전에, 당시 우리가 처했던 상황을 조금 더 들여다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고수 랍슨점은 팬데믹 셧다운 때도 성장을 멈추지 않았던 곳이었지만,2025년의 경제 관련 기사들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1. 텅 빈 다운타운 (State of Downtown 2025)
2025년 발표된 리포트에 따르면, 다운타운 오피스 공실률은 여전히 12.2%에 달했습니다. 재택 근무가 일상이 되면서 점심 매출을 책임지던 직장인들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어요. 이외 유학생 규제의 강화로 인한 유학생 감소, 하루가 멀다하고 변경되는 이민정책 등으로 인해 유학생과 임시체류자 역시 줄었어요.여기에 높은 렌트비로 인해,직장이 다운타운에 있다해도 외곽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경우가 늘면서 다운타운의 유동 인구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느낄 만큼 급격하게 감소했습니다.
2. 지갑을 닫은 사람들 캐나다 레스토랑 협회(Restaurants Canada)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요식업 파산 신청 건수는 10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고물가와 관세 정책의 여파로 손님들은 지갑을 닫았고,특히 밤 9시 30분 이후의 술자리는 옛말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영업시간을 늘린다는 건, 상식적으로는 '자살행위'에 가까워 보일 수도 있었어요.
변수가 생기다 - 7월 22일의 뉴스
고민이 깊어지던 여름, 정치권에서 작은 틈새가 열렸습니다. 2025년 7월 22일, 밴쿠버 시의회가 다운타운 활성화를 위해 새벽 4시 주류 판매를 전격 승인한 것입니다.
기존의 영업시간 족쇄가 풀린 순간, 5월 회의 때 쉐프 한은 새벽 시간이라는 그 비전을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남들이 다 힘들다고 안 할 때, 그때가 기회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활성화된 배달 시장을 새로운 마켓으로 보고 배달에 적합한 메뉴를 개발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여 다이닝 포션 이외 딜리버리 포션의 확대 추구했었구요. 지금은 딜리버리만으로도 적은 규모의 레스토랑 만큼의 매출을 형성하며 2023년부터 급격하게 얼어 불은 요식업계에서도 성장을 했던 경험 있습니다.
이번에는 '새벽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새벽에 문을 연다고해서 손님이 있을 것도 아닌데, 이로인한 인건비와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여전했습니다.
이때, 우리 부부를 움직인 결정적인 '당위성'은 돈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미래에 대한 준비였죠.
2026년 월드컵을 위한 '리허설'
우리는 시선을 2025년이 아닌, 그 다음 해인 2026년에 두기로 했습니다.
바로 '2026 북중미 월드컵'입니다.
밴쿠버가 개최 도시로 선정된 이상, 전 세계의 축구 팬들이 이곳으로 몰려올 것입니다. 그들의 열기는 밤새 식지 않을 것이고, 새벽까지 그 에너지를 받아줄 공간이 필요할 것 입니다.
우리는 지금의 이 힘든 시기를 '월드컵을 위한 혹독한 리허설'이라 정의했습니다.
"지금 손님이 없더라도 연습해야 한다.막상 월드컵이 닥쳐서 새벽 시간을 열려고 하면, 인력도 시스템도 감당하지 못해 월드컵 특수라는 기회를 잡지 못할 것이다. 어쩜 '새벽시간'이라는 도전이 시행착오로 끝날 수도 있지만 이는 미래를 위한 의미있는 시도다."
우리는 당장의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최소한의 수업료를 위해 쉐프 한이 새벽 시간대를 전적으로 책임지며 새벽이라는 시장을 개척해 보기로 했어요. 이 무모한 도전을 견뎌낸다면, 월드컵이 열리는 그 순간 고수(Kosoo)는 밴쿠버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단단한 내공을 가진 독보적인 레스토랑 중 한 곳이 되어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우리는 인력난과 불경기라는 파도를 거슬러, 랍슨점의 불을 24시간 밝히는 선택을 했습니다.
과연 우리의 이 무모한 '미래 투자'는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요?
밴쿠버 이민 18년차, 영잘못, 50대 아줌마의 도전과 선택 그리고 결과로 이어지는 연결 속에서 부딪히고 깨지며 얻은 현장의 리얼한 기록 . 다음 편에 이어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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