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간다 · 나라리의 밴쿠버 기록
Q. 멈추지 않고 달려온 당신에게 — 잠시 내려놓는 일은, 정말 사치일까요?
밴쿠버에 이민 온 뒤로 제 삶에는 '쉼'이라는 단어가 거의 없었습니다. 처음엔 낯선 땅에서 살아남는 일만으로도 하루가 벅찼고, 비즈니스에 합류하고부터는 매일 새롭게 터지는 일들로 24시간이 가게에 묶여 있었습니다. 5년이 채 안 되는 사이에 지점을 세 개나 더 열었고, 그 한가운데에서 코로나까지 통과했으니 — 휴가를 내거나 근무 시간을 빼는 일은 생각조차 사치였어요. 그렇게 몇 년 동안 제 버킷리스트 맨 윗줄을 지키고 있던 이름, 조프리 레이크. 지난주, 드디어 그곳에 다녀왔습니다.
조프리 레이크 입구에 설치된 'Alternative Hikes in Area' 안내판 — 더피 레이크와 휘슬러·펨버튼 인근 추천 하이킹 코스, 난이도와 소요 시간이 표시된 지역 지도
조프리 레이크 입구(YOU ARE HERE)에 설치된 'Alternative Hikes in Area' 안내판
3줄 요약
  • 5년 안에 지점 셋을 더 열고 코로나까지 — 버킷리스트는 늘 뒷줄로 밀렸습니다.
  • 지난주, 몇 년을 미뤄둔 조프리 레이크의 옥빛 세 호수에 드디어 올랐습니다.
  • 정상에서 배운 건 단순했어요. 너무 멀리 보지 말고 눈앞의 한 계단에 집중할 것 — 사업도 똑같더군요.

누구에게나 '언젠가는'이라고 미뤄둔 일이 하나쯤 있을 겁니다. 제게는 그게 조프리 레이크였어요. 사진으로만 보던 그 옥빛 호수가 차로 두세 시간 거리에 있는데도, 몇 해가 지나도록 한 번을 가지 못했습니다. 가게를 비우는 게 두려웠고, 하루를 빼는 게 죄책감처럼 느껴졌거든요. 멈추면 뒤처질 것 같았습니다. 그게 그 시절의 저였습니다.

조프리 레이크의 첫 번째 호수(Lower Joffre Lake), 맑은 옥빛 물 위로 설산과 빙하, 침엽수림이 비치는 풍경
입구에서 10~15분, 가장 먼저 만나는 1호수(Lower Joffre Lake)

입구에서 10분 남짓 오르면 첫 번째 호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옥색 물빛과 그 위로 어우러지는 풍경에 마음이 먼저 풀어졌어요. 진짜 시작은 그다음, 가장 힘들다는 2호수로 향하는 길이었습니다. 초반 3분의 1은 솔직히 자신과의 싸움이었어요. '이거 생각보다 힘든데, 끝까지 오를 수 있을까?' 자연 그대로의 등산로에서 돌을 밟고 계단을 오르다 보면 숨이 턱까지 차오릅니다. 그런데도 멈추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중간중간 만나는 시원한 물소리와 길가의 소박한 꽃들, 그리고 스쳐 지나는 사람들 덕분이었어요. 정상을 너무 멀리 두지 않고 그저 눈앞의 계단 하나에만 집중하며 오르다 보니 — 어느새 2호수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와." 호수의 물빛에 한 번, 시원하게 펼쳐진 경관에 또 한 번, 아직 녹지 않은 설산에 다시 한 번 반했습니다. 오르는 동안의 고됨이 단번에 보상받는 기분이었어요.

조프리 레이크의 두 번째 호수(Middle Joffre Lake), 청록빛 물 위로 빙하가 걸린 설산과 침엽수림이 펼쳐진 풍경
가장 힘든 길 끝에 펼쳐지는 2호수(Middle Joffre Lake)와 설산
정상은 멀리 둘수록 두렵고, 한 걸음 앞에 둘수록 오를 만해집니다.

사실 2호수에서 살짝 못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걸 봤으니, 그냥 여기까지만 할까?' 하지만 3호수의 빛깔은 또 다르다는 말에 다시 용기를 냈어요. 헛둘 헛둘 숨을 고르며 마지막 길을 오릅니다. 그렇게 살포시 고개를 내민 3호수는 2호수와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어요. 눈이 채 녹지 않은 거칠고 삭막한 산, 그 앞에 고요히 펼쳐진 호수. 이질적인 것들이 만들어내는 묘한 조화. 좁은 길에서 서로 발걸음을 양보하며 건네던 따뜻한 인사, 복잡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던 그 여유까지 — 제가 조프리에서 가장 오래 기억하는 장면들입니다.

조프리 레이크의 세 번째 호수(Upper Joffre Lake), 빙하와 설산 바로 아래 바닥이 비칠 만큼 맑은 청록빛 물이 펼쳐진 풍경
거친 설산과 고요한 호수의 이질적 조화, 3호수(Upper Joffre Lake)
NARALEE의 인사이트
산을 내려오며 깨달았습니다. 오늘 제가 한 일은 결국 제가 사업에서 늘 말하던 것과 똑같았다는 걸요. 정상이라는 먼 목표에 압도되는 대신 눈앞의 계단 하나에 집중할 것. 멈추고 싶은 그 지점에서 한 겹만 더 갈 것. 그리고 결국 길에 남는 건 함께한 사람이라는 것. 더 중요한 깨달음도 있었어요. 대표가 24시간 가게에 묶여 있으면, 그 사업은 자산이 아니라 굴레라는 사실입니다. 멈추는 건 사치가 아니라 점검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쉼'을 더는 미루지 않고 일정표 안에 시스템처럼 넣어두기로 했습니다.
조프리 레이크 트레일의 계곡 위 나무다리
복잡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던 자리
목표는 멀리 보지 말고, 눈앞의 한 계단에 집중하기
멈추고 싶은 그 지점 너머에 진짜 풍경이 있다
좁은 길의 양보와 인사 — 결국 남는 건 사람

몇 년을 미뤘는데, 막상 다녀오니 딱 하루였습니다. 그런데 그 하루가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네요. 무리하지 않고 한 계단씩 올랐던 것, 좁은 길에서 주고받던 인사 같은 것들이요. 벌써 '다음엔 어디 가볼까' 떠올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요즘 어디가 제일 가고 싶으세요?

조프리 레이크 3호수 앞 바위에서 빙하 설산을 배경으로 함께 포즈를 취한 하이킹 일행
함께한 사람들과 남긴 하루
📍 조프리 레이크 가는 길 (2026년 기준)
위치 · 이동Highway 99, 펨버튼(Pemberton) 동쪽 더피 레이크 로드(Duffey Lake Road). 밴쿠버에서 차로 약 2시간 30분~3시간 (시투스카이 99번 → 스쿼미시 → 휘슬러 → 펨버튼).
데이패스 (무료·필수)2026년 5월 11일~10월 25일은 1인당 트레일 패스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방문 2일 전 오전 7시(태평양시간)에 BC Parks 데이패스 페이지에서 오픈되며, 한 번에 최대 4장까지 예약할 수 있습니다. 주말은 순식간에 매진되니 7시 알람을 권합니다. (예약: bcparks.ca/reservations/day-use-passes)
2026 폐쇄 기간 ⚠️6월 20~27일, 9월 8~30일은 릴왓 네이션·은콰트콰(Lil'wat Nation·N'Quatqua)의 문화 행사를 위해 일반 방문이 전면 중단됩니다. 이 기간은 피해서 일정을 잡으세요.
트레일1·2·3호수(Lower·Middle·Upper)를 하나의 길로 잇습니다. 왕복 약 10km, 누적 고도 약 400m. 사진 찍고 쉬엄쉬엄 다녀오려면 넉넉히 4~5시간 잡는 게 좋습니다. 하루 입장 인원은 500명으로 제한됩니다.
미리 챙길 것더피 레이크 로드에 들어서면 휴대폰 신호가 잡히지 않으니, 패스는 출발 전 미리 캡처하거나 출력해 두세요. 캠프파이어는 연중 금지, 쓰레기통이 없으니 가져온 건 모두 되가져오기. 모기·블랙플라이 대비 벌레 기피제는 필수입니다. (Upper Joffre 캠프그라운드 캠핑 예약이 있으면 데이패스는 따로 필요 없습니다.)
이곳의 본래 이름은 Pipi7íyekw(피피예큐)로, 릴왓 네이션과 은콰트콰의 전통 영역입니다. 잠시 빌려 머무는 마음으로, 흔적을 남기지 않고 다녀오시길.
※ 데이패스·폐쇄 일정은 시즌마다 바뀝니다. 방문 전 반드시 bcparks.ca에서 최신 정보를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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