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영수증 한 장 — 11년 만에 첫 매장을 보냈습니다
- 2015년, 설렘으로 인수했던 고수의 첫 매장 카데로 지점을 11년 만에 떠나보냈습니다.
- 첫 손님을 기다리며 문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밤들,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하던 시절까지 — 사연이 참 많았습니다.
- 잘 시작하는 것만큼 잘 보내는 것도 실력이라는 걸, 마지막 영수증 한 장을 정리하며 배웠습니다.
1. 현상 — 마지막 영수증 한 장
7월이면 저는 늘 지난 영수증들과 씨름합니다. GST 리포트를 준비해야 하니까요. 올해는 카데로 매각을 마무리하고, 직원들의 재배치와 여러 후속 프로세스를 챙기고, 캘거리로 짧은 로드 트립까지 다녀왔더니, 정신을 차려 보니 벌써 7월 하순이더군요. 그렇게 밀린 영수증을 한 장씩 넘기다 문득 손끝이 멈췄습니다. 카데로 지점의 영수증을 정리하는 일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누군가에겐 그냥 색 바랜 종이 몇 장이겠지만, 저에겐 그 한 장 한 장이 11년의 어느 하루하루였습니다. 담담히 숫자를 옮겨 적으려는데, 자꾸 그 시절의 장면들이 겹쳐 보였어요.
2. 나라리의 시선 — 2015년, 그 설레던 봄
2015년 1월, 우리는 카데로 지점을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4월 오픈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가게를 채워 나갔어요. 벽을 칠하고, 주방을 들이고, 메뉴판을 몇 번이고 고쳐 쓰던 그 시간들. 드디어 문을 연 첫날, 남편은 첫 손님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며 문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함께 일할 직원조차 없어, 가게에서 먹고 자며 하루를 통째로 그 공간에 바치던 사람. 지금 돌아보면 어떻게 그렇게 버텼나 싶은데, 그때는 그게 당연한 하루였습니다. 우여곡절도, 사연도 참 많았어요. 웃픈 일도 서러운 밤도, 그 문 앞에서 다 지나갔습니다.
3. 나라리의 시선 — 잘 안 되던 날들이 가르쳐준 것
솔직히 카데로 지점이 늘 순탄했던 건 아닙니다. 생각처럼 비즈니스가 되지 않아 좌절하던 시절이 길었어요. 문을 열어두어도 손님이 뜸한 날, 계산기를 두드리다 한숨이 먼저 나오던 날들. '이 길이 맞는 걸까'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 잘 안 되던 시간들이 사실은 가장 큰 배움이었어요. 그 매장에서 우리는 실수하는 법과 다시 일어서는 법을 동시에 배웠습니다. 카데로가 없었다면, 이후에 문을 연 다른 지점들도 없었을 겁니다. 첫 매장은 이익을 내주기 전에, 먼저 저희를 가르친 학교였던 셈이지요. 그래서 이 지점을 보내는 마음이 시원섭섭한가 봅니다. 고맙고, 또 미안하고.
결론
무언가를 시작하는 데 용기가 필요하다면, 잘 떠나보내는 데는 그보다 조금 더 담담한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11년을 함께한 자리를 보내고 나니, 잘 보내는 일 또한 사랑의 한 방식이더군요. 마지막 영수증을 정리하며 잠시 감상에 잠겼지만, 이제는 웃으며 접습니다. 카데로 지점,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언젠가 잘 떠나보내야 할 '첫 자리'가 있으신가요? 그곳은 여러분에게 무엇을 남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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